[BK 히어로 01] “포수는 다 잘해야죠” 공격형 포수를 거부하는 장충고 류현준

[BK 히어로 01] “포수는 다 잘해야죠” 공격형 포수를 거부하는 장충고 류현준

전수은
전수은

[베이스볼코리아]

‘공격형 포수’

장충고 4번 타자 겸 안방마님 류현준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다. 타격 재능은 신입생 때부터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준수한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으로 2학년인 지난해 4할대 고타율을 기록했다. 3학년이 된 올해는 윈터리그부터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예년보다 부쩍 좋아진 장타력도 고무적이다. 이렇게 보면 ‘공격형 포수’만큼 그에게 잘 어울리는 말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공격형’ 꼬리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장충고 운동장에서 기자와 만난 류현준은 “포수라면 다 잘해야 한다”며 다짐하듯 말했다. 공격 하나만 잘하는 포수로는 충분하지 않다. 강민호의 이적 이후 하위권을 전전한 롯데, 양의지를 재영입한 두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믿음직한 포수의 존재는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공·수에서 모두 뛰어난 ‘완성형 포수’가 되는 게 류현준의 목표다.

장충고 포수 류현준(3학년)

좋은 포수로 성장할 자질은 충분하다. 키 180cm-몸무게 85kg의 다부진 체구에 강한 어깨를 갖추고 있어 포수로서 제격이다. 류현준의 중학 시절 은사인 제준석 배재중 감독은 “중학생 때 이미 키가 180cm에 가까웠다. 투수를 하기엔 조금 작았지만, 포수에겐 딱 알맞은 체형이었다”며 “어깨와 손목 힘도 좋았다”고 회상했다. 송민수 장충고 감독은 ‘’어깨가 좋았다. 마운드에서 최고 138km/h까지 던져서 투수를 시켜야 하나 고민할 정도였다”면서 “현재 최고 2초인 팝 타임도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고 칭찬했다.

문제는 경험이다. 류현준이 본격적으로 포수 마스크를 쓴 건 지난해부터. 포수로 뛴 시간이 길지 않다 보니 아직 수비에서 보완할 점이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송 감독은 “어깨는 강한데 순발력과 유연성이 다소 부족하다. 이 때문에 블로킹에 약점이 있었다”고 했다. 수도권 A구단 스카우트도 “공격력은 어느 정도 증명했지만 경기고 이상준, 북일고 이승현 등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해 수비에서 보여준 게 많지 않다. 올해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경쟁력을 입증해야 할 때”라며 과제를 던졌다.

류현준 본인도 이러한 평가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집과 학교를 오가며 야구에만 매진했다”며 “수비형 포수의 대명사 현재윤 선배님의 영상을 참고했다. 동작이 빠르고 간결하더라. 겨우내 진행한 순발력 훈련도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장충고 에이스 황준서는 “현준이는 1학년 때부터 (김)동주형과 (권)현이와 함께 포수 셋이 붙어 다녔다. 서로 피드백하며 즐겁게 야구하는 모습을 보고 ‘내년에 정말 잘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장충고 포수 류현준(3학년)

수비력 강화를 위한 류현준의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 장충고 파이어볼러 육선엽은 “현준이의 수비가 정말 많이 늘었다. 이번 부산 윈터 리그에서 공을 한 개도 빠뜨리지 않았다”면서 “2년 동안 노력을 많이 했다. 피칭 머신을 가까운 거리에 두고 빠른 공을 받아내는 훈련을 열심히 한 기억이 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포수 출신인 신성우 장충고 수석코치도 “경험이 쌓인 게 크다. 장충고 투수들의 구위는 일반적인 고교 포수들이 받아내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강한 공들을 꾸준히 받아 내다보니 캐칭이나 블로킹이 자연스럽게 좋아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류현준 스스로도 포수 수비에 자신이 붙었다. 약점이었던 블로킹을 이제는 장점이라고 자신있게 내세울 정도가 됐다. 그는 “그간 이상준, 이승현이 수비에서 나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다른 경쟁자들에게 밀리지 않는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점이었던 타격도 한 단계 성장했다. 지난해 류현준은 31안타 가운데 장타가 6개(2루타 5개, 홈런 1개)로 슬러거보다는 교타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류현준을 면밀히 관찰한 수도권 B구단 스카우트는 “가까운 미래에 장타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다리를 확실히 찍어놓고 치기 때문에 히팅 포인트가 앞에서 형성된다. 상체를 끝까지 돌려주는 것도 좋은 타구를 생산하는 비결” 힘만 붙으면 더 많은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라고 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올겨울 들어 류현준은 숨겨왔던 ‘거포 본능’을 조금씩 발산하고 있다. 부산 윈터 리그에서 기록한 15안타 중 6개(2루타 4개, 홈런 2개)를 장타로 기록했을 정도로 예년보다 장타 페이스가 빠르다. 비결은 테이크백에 있다. 류현준은 “겨우내 감독님께서 테이크백을 크게 해보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변화를 준 다음 경기에서 바로 홈런이 나왔다”며 “확실히 배트를 크게 휘두르니 더 강한 타구를 만들 수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점은 강화하고 단점은 보완한 류현준의 자신감은 지금 절정이다. 이제 그의 시선은 타율이나 홈런 같은 숫자로 보이는 것 너머를 향한다. 류현준은 “신성우 코치님께서 항상 목소리도 우렁차게 내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라고 주문하셨다”며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이젠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팀을 이끄는 것이 포수의 진짜 역할이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공격력, 수비력에 리더십까지 겸비한 성장형 포수 류현준의 존재는 올 시즌 ‘장충고 시대’를 예감하는 이유다.

베이스볼코리아 장종우 기자(press@baseball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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