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 히어로 05] 151km/h 던지는 4할 타자, ‘강릉 오타니’ 조대현

[BK 히어로 05] 151km/h 던지는 4할 타자, ‘강릉 오타니’ 조대현

편집부

[베이스볼코리아]

‘강릉 오타니’

강릉고등학교의 에이스 겸 4번 타자 조대현을 가리키는 수식어다. 투수로도 타자로도 최고인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처럼 투타에서 빛나는 재능을 보여준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마운드에 선 조대현은 강속구 투수다. 최고구속 151km/h의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자신 있게 뿌린다. 신세계 이마트배와 주말리그 전반기에서 8경기 32.2이닝 동안 자책점을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타석에선 투수들이 겁내는 강타자로 변신한다. 날카로운 스윙으로 빠르고 강한 타구를 외야 곳곳으로 날려 보낸다. 주말리그까지 4할대 타율(0.425)을 유지하며 9타점을 올렸고, 1.050의 OPS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은 0, 타율은 4할대…이마트배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조대현(사진=베이스볼코리아)

프로야구 선수 중엔 트레이드를 계기로 잠재력이 폭발해 야구 인생의 꽃을 피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조대현에게는 ‘전학’이 바로 그런 계기였다. 원래 조대현이 진학한 학교는 서울의 신흥 명문 장충고였다. 하지만 장충고의 두터운 투수층을 뚫고 기회를 잡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당시 조대현과 함께 입학한 동기로는 황준서, 육선엽, 김윤하, 조동욱, 원종해가 있다. 하나같이 올해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이 유력한 투수 유망주이자, 어느 학교에 가도 거뜬히 에이스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선수들이다.

“봉황대기 때 저만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어요. 그 경기 끝나자마자 전학을 결심했죠.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거든요.” 조대현이 장충고를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다. “장충고 동기들보다 뛰어난 선수가 되자는 생각뿐이었어요. 이 생각 하나로 훈련에 매진했습니다.”

‘기회의 땅’ 강릉에서 보낸 첫 시즌은 아쉬웠다. 2학년 조대현은 10경기에 등판해 16.1이닝 1승 1패 평균자책 6.19를 기록했다. 그렇게 바라던 기회를 얻었으나,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전학이 터닝포인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경기를 뛰다 보니 점점 저 자신에게 실망만 커졌어요. 스스로 성장했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습니다. 야구 인생 중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조대현의 타격 장면(사진=베이스볼코리아)


조대현은 아쉬움과 후회로 제자리에 멈춰있는 대신, 비장한 각오로 겨울을 보냈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유명한 강릉고에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매진했다. 그 결과, 3학년인 올 시즌 마침내 숨겨왔던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 보이고 있다. 특히 투수로서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첫 전국대회인 신세계 이마트배에선 6경기에 등판해 20.2이닝 동안 자책점 없이 삼진 30개를 잡아내며 ‘언터처블’로 군림했다. 패스트볼 최고구속도 151km/h까지 기록하며 장현석(용마고), 육선엽(장충고) 등과 함께 ‘150클럽’에 가입했다. 제구력과 안정감까지 갖추면서 확실한 강릉고 에이스로 자릴 잡았다.

조대현은 “겨우내 많은 훈련량을 소화한 것이 도움이 됐다. 하체 중심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니까, 어느 순간 볼 스피드가 빨라져 있더라”라고 답했다. 그는 “연습경기에서 공을 많이 던지면서 타자와 싸우는 법을 깨달았다. 또 속구 그립에 변화를 주면서 제구가 좋아졌다. 특히 낮게 깔리는 빠른 볼만큼은 자신있다”고 힘줘 말했다.

타자 조대현 역시 위력적이다. 지난해엔 타자로 1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올해는 거의 전 경기에 타자로 나와 매 경기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마트배에선 7경기 타율 0.481에 9타점과 1.212의 OPS로 타자들 가운데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했다. 중학교 이후로 오랜만에 배트를 잡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최재호 감독님의 조언으로 다시 배트를 들게 되었어요. 몇 년 동안 거의 배트를 잡은 적이 없으니까, 처음엔 자신이 없었죠.” 조대현의 말이다. “다행히 투수 경험이 타격하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투수 입장에서 어떤 공을 던질지 미리 생각해보고 타석에 들어서는 데 일치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그렇게 노리는 공이 들어왔을 때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리다 보니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습니다. 마운드에 올라갈 때 긴장이 덜 되는 것도 장점입니다. 투수만 할 때는 갑자기 구원 등판하면 떨릴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타자로 경기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올라가니까 긴장이 덜해요.”

남들은 투수와 타자 중의 하나만 제대로 하기도 어려운데, 조대현은 두 가지를 다 해낸다.

투타 모두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마인드컨트롤 덕분이었다고. “동계 훈련 때 ‘올해가 야구 인생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운동했습니다. 그러니 책임감도 생기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졌어요. 덕분에 좋은 성적이 따라온 것 같습니다.” 조대현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친정’ 장충고와 맞붙은 준결승전은 이마트배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날 조대현은 4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2타점 1득점의 맹타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6회초 무사 1, 2루 위기에선 마운드에 올라 장충 타선을 제압했다. 5이닝 동안 단 2점(2자책)만 내주고 삼진 7개를 잡아낸 조대현의 역투에 힘입어, 강릉고는 ‘우승후보 0순위’라던 장충을 꺾고 결승전에 오를 수 있었다.

신들린 활약 뒤엔 지난해의 아픔이 있었다. “작년 봉황대기 준결승전도 장충고와의 경기였어요. 선발투수였는데 1회도 책임지지 못하고 강판당해서 너무 속상했죠. 이번에는 꼭 이겨보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어요. 덕분에 투타 모두 잘 풀려서 즐겁게 경기했습니다.” 아픔을 자양분 삼아 더 단단해진 조대현이다.

혼신의 투구로 팀을 결승으로 이끈 조대현. 하지만 정작 결승전에서는 투구 수 제한 규정으로 인해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아쉽진 않았을까. 조대현은 아쉬움보다는 책임감을 강조했다. “투수로는 못 나가도 타자로 출전하는 만큼, 타석에 집중해서 어떻게든 살아나가자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이 책임감은 9회 초 타석에서 안타로 이어졌다. 이후 동점 득점에 성공하며 조대현은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준결승전에서도 아웃 카운트 하나 남기고 역전한 경험이 있었잖아요. 이번에도 2아웃이지만 출루하면 뒤에서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경기는 덕수고의 끝내기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조대현은 다음을 기약하며 의욕을 보였다. “우승을 놓쳐 당시에는 속상했죠. 하지만 이마트배가 마지막 대회는 아니니까요. 남은 대회 열심히 준비하자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잊었어요. 다음에는 강릉고가 우승해야죠.”


“프로에서 투타 겸업 기회 주어진다면? 감사하게 받아들여야죠”

투수 조대현(사진=베이스볼코리아)

비록 우승까진 가지 못했지만, 이마트배를 통해 조대현은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투타를 넘나드는 활약으로 대회 감투상을 받았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아시안게임은 프로 선수들이 있는 대표팀”이라며 “예비 엔트리에 든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관심을 보내주신 만큼 열심히 야구하겠다”고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이도류’ 조대현을 향한 기대가 크다. 특히, 프로에 진출해서도 투타 겸업을 도전할 것인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조대현은 “타자보다는 투수에 집중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유를 묻자 “난 투수로서 가진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좋은 타격 성적은 주포지션이 투수라 부담 없이 임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했다.

그렇다면, 만약 프로에서 투타 겸업을 권유받는다면? 조대현은 살짝 웃은 뒤 “감사하게 받아들여야죠”라고 대답했다. “만약 팀에서 기회를 주신다면, 그때는 타자로서 보다 책임감을 갖고 임할 겁니다. 타격 메커니즘도 제대로 배우고, 프로 선배님들께 많은 것들을 물어보면서 노력할 거에요. 둘 다 하려면 정말 열심히 해야 가능하니까요.”

조대현의 급성장으로 9월에 열리는 KBO 신인드래프트 판도가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장현석-황준서의 양강 구도가 굳어진 가운데 김택연(인천고)-육선엽(장충고)-조대현의 ‘3순위’ 경쟁이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이에 관해 조대현은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목표로는 150km/h 빠른 볼을 꾸준하게 던지는 투수가 되고 싶다. 경기하면서 계속 성장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기회를 찾아 헤매던 전학생에서 투타겸장 최고의 유망주가 된 조대현. 앞으로 계속될 조대현의 성장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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