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 스카우팅] 'Iron Man' 강릉고 좌투수 김진욱

[BK 스카우팅] 'Iron Man' 강릉고 좌투수 김진욱

전수은
전수은
-고교 최고의 좌투수로 평가받는 강릉고 3학년 김진욱
-'키작고 통통했던 오리, 명장 최재호 만나 백조로 탈바꿈'
-2차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유력
-황금사자기 강릉고 준우승의 주역
강릉고 3학년 좌투수 김진욱(사진=베이스볼코리아)


누군가는 ‘제2의 류현진’이라고 부른다. 혹은 ‘제2의 양현종’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강릉고 좌투수 김진욱(3학년)을 향한 야구계의 기대치를 보여주는 수식어다.

김진욱은 2학년인 지난해 ‘탈고교급 투수’ 유신고 소형준(KT 위즈)을 제치고 ‘제2회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했다. 청소년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고, 올해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선발 한 자리를 꿰찬 바로 그 소형준을 제쳤다. 애초 최동원상 선정위원회에선 ‘그래도 3학년 선수를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압도적 기록과 퍼포먼스를 확인한 위원들이 김진욱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Profile
생년월일 2002년 7월 5일
신체조건 184cm 90kg
출신학교 강릉고
T-B 좌투좌타

김진욱의 대단함은 기록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해 2학년 신분으로 고교야구 최다승(11승)과 최다 탈삼진(132개) 기록을 갈아치웠다. 21경기에서 91이닝 동안 11승 1패 평균자책 1.58을 기록했다. 9이닝당 탈삼진율만 13.05에 이른다. 고교 타자들에겐 김진욱의 존재가 곧 류현진이고, 양현종이었다.

볼 스피드는 최고 144km/h로 흔히 말하는 ‘광속구’까지는 아니다. 대신 신체 활용 능력이 뛰어나, 타자 입장에선 공이 실제 구속보다 빠르고 강하게 느껴진다. 하체 활용은 물론 몸 전체를 이용해 공을 던진다. 왼쪽 팔의 가동 범위를 극대화하는 투구폼이다. 높은 팔 각도를 유지하면서도 익스텐션을 최대한 앞쪽에 형성하는 것도 비결 가운데 하나. 여기에 공을 낚아채듯 ‘때리는’ 마무리 동작까지. 김진욱의 볼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유다. 신원재 베이스볼코리아 편집위원은 “타점이 높고, 타자가 느끼기엔 위에서 내리꽂히는 기분이 들어 까다로울 것”이라 했다.

<구종 분석표>
-패스트볼 최고 144km/h, 평균 141km/h
-슬라이더125~129km/h
-커브115~117km/h
-서클 체인지업130~133km/h

변화구로는 120km/h 중후반대 슬라이더를 던진다. 패스트볼과 거의 같은 ‘터널’로 오다가 종으로 떨어지는 구종이다. 커브, 체인지업도 던질 줄 알지만 실전에선 거의 구사하지 않았다. 강릉고 최재호 감독이 선수 보호를 위해 ‘패스트볼-슬라이더 투 피치’를 주문했기 때문.

“(김)진욱이를 처음 본 게 중학교 1학년 때입니다.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왔고, 키도 작았어요.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하루는 캐치볼을 하는데 팔 스윙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내가 이놈 한 번 키워봐야겠다'라고 생각했죠.” 최 감독은 김진욱의 첫인상을 이렇게 회상했다. “수많은 제자를 키웠지만, 진욱이만큼 점잖고 성실한 친구는 처음입니다. 몸 관리를 365일 알아서 잘합니다. 정말 독하게 야구하는 친구예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합니다.” 수많은 우승과 레전드급 선수를 키워낸 명장에게도 김진욱은 흥미로운 선수다.

김진욱은 '제2의 류, 양'이 될 수 있을까?(사진=베이스볼코리아)


김진욱의 진정한 장점은 고교 최고 수준의 커맨드에 있다. 2019시즌 91이닝 동안 허용한 볼넷이 18개에 불과하다. 9이닝당 볼넷은 1.78개다. 고교 레벨에선 흔치 않은 투구 커맨드로 자신이 생각한 곳에 원하는 공을 던질 수 있다. 고교 랭킹 1위 덕수고 장재영보다 완성도 면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체인지업만 완성되면 훗날 KBO리그 올스타 감이란 게 스카우트들의 평가다.

야구계 일부에선 김진욱을 ‘제2의 류현진’이라 부른다. 올해 신인드래프트 2차 1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 자이언츠는 류현진이 드래프트에 나온 2004년에도 2차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롯데는 류현진의 팔꿈치 수술 경력, 부모에 대한 ‘가짜뉴스’에 신경 쓰느라 류현진 대신 광주일고 사이드암 나승현을 지명했다. 이후 류현진은 한국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성장했다. 신인드래프트가 다가올수록 롯데의 아픈 역사가 재조명될 가능성이 크다.

좌투수 3인의 고교 통산 성적 비교(사진=베이스볼코리아)


반면 야구 전문가 사이에선 류현진보다 양현종 쪽에 가깝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베이스볼 코리아가 자문한 복수 구단 스카우트는 “투구 스타일 면에서 양현종이 떠오른다”는 의견을 밝혔다. 모 지방 구단 스카우트는 “그냥 딱 양현종이다. 지금 당장 유니폼만 바꿔입고 프로 무대에 올라도 이상할 게 전혀 없다. 그 정도로 완성형 투수”라며 “왼손에, 저 정도 커맨드면 양현종급 포텐셜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란 의견을 밝혔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도 “최대치가 양현종”이라고 평가했다. “슬라이더는 이미 프로급이고, 까다로운 서클 체인지업을 던지는 능력도 갖췄다. 굉장히 공격적이고, 마치 싸움닭 같은 피칭을 한다. 마운드 위에서 정말 영리해 경기도 잘 풀어간다”는 평가다.

서클 체인지업은 올 시즌 김진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구종이다. 지난해 거의 던지지 않았지만, 동계 기간 심혈을 기울였다. 본인 역시 “동계 훈련 때 준비를 많이 했다. 꾸준히 던질 수 있도록 계속 연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일하게 걸리는 부분은 지난해 21경기에서 91이닝 동안 투구 수 1,312개로 다소 많은 공을 던졌단 점이다. 그러나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그동안 부상으로 크게 쉰 경력이 없다. 올 시즌 주말리그 개막이 연기되면서 여유가 생겼고, 비시즌 푹 쉬면서 몸이 더 좋아졌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김진욱은 다른 선수들보다 다소 늦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투수를 시작했다. 원래는 외야수가 목표였지만, 탁월한 유연성과 부드러운 투구폼을 눈여겨본 수원북중 윤영보 감독이 투수를 적극 추천했다”며 “튼튼한 팔꿈치와 어깨를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프로 즉시전력감 소형준을 제치고 최동원상을 수상한 특급 기대주. 올 시즌 고교야구 무대에서, 그리고 앞으로 오랫동안 프로 무대에서 김진욱이 써 내려갈 한국 좌완투수의 새로운 역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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