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S LETTER] "미국 대학? 야구보다 공부가 우선이죠"

[PLAYERS LETTER] "미국 대학? 야구보다 공부가 우선이죠"

전수은
전수은
미국 대학 야구에 도전장을 내민 '코리안리거' 정현준
그가 말하는 '미국 대학야구'
"야구보다 공부가 우선이지만, 매년 많은 메이저리거 배출"
" 훈련량보다는 효율성 추구하는 미국 대학야구"
미국 대학야구에서 활약중인 정현준 (사진=베이스볼코리아)

미국 대학야구가 궁금하시다고요? 지금부터 자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미국에서의 하루는 '몹시, 매우, 정말' 바쁩니다(웃음).

전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까지 학교 체육관으로 이동합니다. 새벽부터 팀 미팅을 가진 뒤 몸무게를 재고 집에서 챙겨온 음식을 간단히 먹습니다. 6시부턴 웨이트 트레이닝이 시작됩니다. 이곳에선 상체, 하체 운동을 하루에 모두 소화합니다. 데드 리프트나 벤치 프레스, 스쿼트 등은 코치님이 매일 중량을 점검해주세요. 몸의 변화를 정확히 분석하려는 겁니다.

웨이트가 끝나면 선수들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빡빡한 학교 수업을 듣기 위해서죠. 새벽부터 일어난 까닭에 잠시 쉬고 수업을 듣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 빠듯한 수업 스케줄로 쉴틈 없이 교실로 향합니다.

제 전공은 전기공학입니다. 졸업 후, 야구가 아니더라도 전기나 통신 기술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현 전공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첫 수업을 듣는 순간부터 ‘내 선택이 잘못됐구나’하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웃음).

잠시도 쉴 수 없는 수업 스케줄과 수학,물리학 등 공부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가 비슷한 스케줄을 소화합니다.

모든 야구부 학생들은 오후 1시 이전에 수업을 마쳐야 합니다. 야구부 훈련이 오후 2시부터 시작되거든요. 이렇게 시작된 훈련은 오후 6시까지 총 4시간 진행됩니다. 순서는 웜업을 시작으로 수비, 프리배팅 순입니다. 우리 팀에선 코치님들이 기술적인 부분을 터치하지 않습니다. 선수들의 타격 폼이나 투구 폼을 손대려 하지 않고 조금의 조언을 건네는 식입니다. 훈련 또한 강압적인 분위기보단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집니다. 특히 훈련 패턴을 선수 자신이 정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습니다.

훈련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향합니다. 공대생에겐 엄청난 과제와 시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통 오전 1시가 돼 잠자리에 듭니다. 웨이트는 격일에 한 번이라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잘 수 있습니다. 마치 놀이공원에 가기 전날 밤 설렘이라고 해야 할까(웃음).

훈련 또한 강압적인 분위기보단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집니다.

저 또한 이 곳에 오기 전, 주위 친구들처럼 한국 대학 진학을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대학 시스템을 알고 난 뒤엔 이내 생각이 달라졌죠.

미국 대학은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먼저 계속 야구를 하려면 꽤 높은 수준의 성적을 유지해야 해요. GOA. 즉 평균 성적이 2.5 이상(4점 만점)을 유지해야 합니다. 거의 모든 수업에서 B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학생 신분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더 큰 학교로의 진학 역시 이 성적에 따라 결정됩니다. 야구부 코치들도 성적 유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요.

그렇게 공부만 해서 야구는 언제 하냐고요?야구선수가 야구를 해야지 왜 공부를 하냐고요? 미국 학생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린 아직 프로 선수가 아니기에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데 중점을 둡니다. 그렇다고 야구를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은 대학야구팀이 매우 많습니다. 시즌이 되면 등급에 맞는 팀들끼리 리그가 펼쳐집니다. 큰 대학들은 D1(division 1), 다음은 D2, 3순입니다. D1 선수들 수준이 대단합니다. 대부분의 투수가 140km/h 중후반을 넘어서고, 타자들도 메이저리그 레벨에 닿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학생 선수들은 프로 직행만큼이나 D1 입성을 선호합니다. D2도 실력 면에선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빡빡한 학교 일정 속에서도 실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죠.

제가 미국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야구 선수로 성공하지 못해도 제가 원하는 분야를 공부하고 일하길 원했습니다. 위 빡빡한 일정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단 공부 면에선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웃음).

두 번째는 한국 야구와 미국 야구의 차이점입니다. 가장 달랐던 건 가르치는 방식이었습니다. 미국 대학 지도자들은 선수를 가르칠 때 폼부터 바꾸려 들지 않습니다. 옆에서 조언을 건네고 파트별 훈련을 통해 선수가 가진 장점을 부각하는데 중점을 둡니다. 한국에선 폼을 자주 바꾸고, 당장 결과가 나오길 바랍니다. 하지만, 미국은 세세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트레칭, 가동성 훈련 등으로 선수의 체질 개선에 신경 씁니다.

훈련에 임하는 태도도 상반됩니다. 한국은 지도자들이 강압적인 면이 많고, 훈련부터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됩니다. 미국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도자와 선수가 늘 대화하고 문제점을 해결합니다. 필요없는 훈련은 배제하고 단점 보완에 집중하다 보니 훈련에 대한 만족감 또한 굉장히 높았습니다.

마지막은 교육입니다. 얼마 전, 친구에게 한국 고등학교 스케줄을 이야기했더니 굉장히 놀라워했습니다. 교육이 야구보다 먼저인 이곳 선수들에겐 쇼킹한 일입니다. 대개 “그럼 공부는 언제 하며 그렇게 많은 시간동안 무슨 훈련을 하냐”고 되묻습니다. 전 그때마다 제대로 답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짧은 시간 훈련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임을 몸소 체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야구부 친구들에게 처음 건넨 질문이 있습니다. “너희는 야구를 그만두면 뭘 할 것이냐”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난 내년까지만 야구하고 변호사 시험을 준비 할거야”

이렇게 대답한 친구는 팀 내에서도 굉장히 유능한 포수였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변호사, 검사 혹은 의사, 스포츠 매니지먼트 등등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었어요. 그 친구들은 야구뿐만 아니라 학업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기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대학교. 스무 살. 성인이란 명찰을 달고 처음 경험한 세상. 이제 우리의 목표는 어딜 향해야 할까요. 우리 삶의 절대 가치가 프로 야구에만 한정되는 것이 정답일까요? 미국 대학에서의 생활은 제가 많은 물음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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