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최종 명단, “이 선수 왜 (안) 뽑았어요?”

AG 최종 명단, “이 선수 왜 (안) 뽑았어요?”

편집부

[베이스볼코리아]

9일 오후 2시 KBO 야구회관에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 최종 명단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과 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이 참석해 최종 엔트리 24명과 코칭스태프를 발표하고, 명단 선발 배경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최종 명단엔 크게 세 가지 이슈가 연관돼 있습니다. 우선 아시안게임은 ‘병역 혜택’이 걸린 대회입니다. 응원 팀의 군 미필 유망주가 대표팀에 선발되길 바라는 마음은 소속 구단이나 선수 본인은 물론 팬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팀별 안배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기간 KBO는 정규시즌을 중단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합니다. 만약 특정 구단에서만 선수를 잔뜩 뽑아가면 그 팀의 페넌트레이스 성적에 큰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이에 팀당 최대 3명까지만 뽑기로 원칙을 정해놓고 선발이 이뤄졌습니다.

선수 선발 기준도 기존 아시안게임과 달랐습니다. 과거에는 아시안게임에도 프로야구 스타 선수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일본은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팀을 꾸려서 출전하는데, 한국은 프로 시즌까지 중단해가며 최고의 선수들을 차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금메달만 따도 본전이라는 소리가 나왔고, 실제로 금메달을 따고도 죄인처럼 귀국하는 경우까지 생겼습니다.

이번엔 만 25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만 뽑기로 일찌감치 기준을 정했습니다. 여기에 일부 약한 포지션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만 29세 선수 중에 와일드카드 3명을 뽑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이번 대표팀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3.21세로 평균 나이 22.33세였던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다음으로 젊은 대표팀을 완성했습니다.

이처럼 여러 제한과 변수가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대표팀 선발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게 전력강화위원회 측의 설명입니다. 위원들은 지난 3개월간 매주 장시간 회의를 했고, 때로는 격론도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 결과로 뽑힌 선수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투수로는 고우석(LG), 정우영(LG), 박영현(KT), 원태인(삼성), 나균안(롯데), 박세웅(롯데), 곽빈(두산), 문동주(한화), 장현석(마산용마고), 이의리(KIA), 최지민(KIA), 구창모(NC)까지 총 12명이 뽑혔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표팀 투수진을 두고 정말 오랜만에 양현종, 김광현 없는 투수진이라는 말까지 하던데요. 그만큼 젊은 투수들로 대표팀 마운드가 물갈이된 게 눈에 띕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아예 경험 없는 초보들만 뽑아놓은 것은 아닙니다. 고우석, 정우영, 이의리, 구창모, 원태인, 박세웅, 곽빈은 올해 초 열린 WBC 대표팀 멤버였습니다. 또 원태인, 고우석, 박세웅, 이의리는 재작년 열린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했었습니다.

최근 3년간 꾸준히 국대로 활약한 투수들이 마운드의 주축을 이루고, 성인 대표팀은 처음인 후배 투수들이 힘을 보태는 그림입니다. 고우석, 정우영, 곽빈, 문동주, 장현석, 이의리 등 150km/h 중후 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대거 포함된 것도 특징입니다.

일본전-대만전 책임질 선발 에이스는 누구?

그럼 이 투수 중에 선발 에이스 역할은 누가 맡게 될까요? 그동안 아시안게임 야구가 한국의 메달밭이긴 했지만, 그래도 일본과 대만은 쉽지 않은 상대입니다. 두 나라 상대로 누굴 선발로 내보낼지가 대표팀 마운드 운영의 핵심입니다.

사실 그동안 일본, 대만전에는 주로 좌완 에이스 투수를 선발로 내세웠었는데요. 하지만 이번 엔트리에 좌완 선발은 구창모와 이의리 둘 뿐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다 이슈가 있는데요. 구창모 선수는 현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재활 중입니다. 팔꿈치와 손목 사이 굴곡근 미세 손상으로 지난 6월 2일 경기 이후 실전 등판 중단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왜 부상 중인 선수를 뽑았느냐’는 비판도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이에 관해 조계현 위원장은 “부상 선수들의 현 상태를 조사했다. 부상 정도가 경미하고, 아시안게임이 개막하는 9월까지는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9월 전까지만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면 문제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또 “예전 대회 규정을 보면 경기 전날까지 부상 선수 교체가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는 말도 했는데, 만약 부상 회복이 더딜 땐 다른 선수로 교체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구창모는 건강할 때는 리그 최고의 좌완 선발투수인데요, 이 때문에 부상이긴 해도 구창모 카드를 포기하긴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NC 관계자는 구창모의 부상에 대해 “전에 다쳤던 뼈가 아닌 근육 부상”이라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예상을 내놨습니다.

구창모 선수는 만약 대표팀에 나가지 못하거나, 나가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 올해 12월에 상무야구단에 입대해야 합니다. 개인을 위해서나, 팀을 위해서나 부상에서 잘 회복해 정상 등판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편 이의리 선수는 제구 불안이 관건입니다. 이의리는 올해 역대급 삼진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지만, 볼넷 또한 역대급으로 많이 내주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6월 10일까지 기준으로 11경기 중에 퀄리티스타트는 단 1번에 그쳤고, 평균 투구이닝도 4.49이닝으로 채 5회가 되지 않습니다. 이의리 선수가 아시안게임 전까지 제구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안정적인 선발투수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국 마운드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입니다.

우완 선발 쪽으로 눈길을 돌려보면, 올해 국내 투수 WAR 전체 1위인 나균안이 있고요. 원태인, 박세웅이라는 대표팀 단골 멤버들도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허리 부상에서 거의 회복했다는 곽빈도 충분히 에이스 역할이 가능한 선수입니다. 팀 내 치열한 선의의 경쟁이 기대됩니다.

엔트리에 전문 구원은 4명, 불펜 운영은?

선발투수들 중에 일부는 롱릴리프 역할을 맡게 됩니다. 대표팀 투수 12명 중에 구원 전문은 고우석, 정우영, 박영현, 최지민 이렇게 4명뿐인데요. 이에 대해 류중일 감독은 “야구는 투수 놀음이고, 선발 투수가 잘 던지면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선발 자원이 단기전처럼 선발 투수 다음에 등판해 길게 던지는 롱릴리프 역할을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1+1 전략’을 쓰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이번에 뽑은 불펜 투수들이 약한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최지민과 박영현은 올해 리그 최고의 구원 투수들입니다. 최지민은 구원 WAR 1.09승으로 전체 5위이자 좌완 2위에 올라 있습니다. 박영현도 WAR 1.02승으로 전체 7위이고 10홀드로 홀드 부문 3위입니다. 구위와 제구가 다 좋고, 미래 마무리투수 역할까지 기대되는 선수들입니다.

관건은 어린 투수들이 아니라 그보다 좀 더 경험 많은 선수인 정우영, 고우석입니다. 둘 다 프로에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국대 경력도 있는 선수들인데요. 하지만 정우영은 작년부터 부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표팀 선발에서도 신인인 박명근과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우석도 부상으로 애를 먹다 최근 들어 다시 경기에 나오고 있는데요, 평균 구속이 지난해보다 2km/h 가량 하락한 상태입니다.

두 선수가 빨리 정상 컨디션을 되찾아야 대표팀도 탄탄하게 뒷문을 걸어 잠글 수 있습니다. 류중일 감독이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하려면, 계산이 서는 선수들이 잘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포수 와일드카드, 안 쓸만한 이유 있었다?

다음은 포수 포지션입니다. 원래 대표팀 선발을 앞두고 일각에선 포수 자리에 와일드카드 한 장을 쓸 거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포수가 경험이 중요한 포지션이라는 게 이유인데요. 하지만 실제로는 만 19세로 대표팀 최연소인 신인 김동헌과 만 23세 김형준이 뽑혔습니다.

강화위에서도 포수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선발에는 사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와일드카드 요건에 해당하는 만 29세 이하 국내 포수진을 보면, 국가대표 경험이 있거나 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포수가 거의 없거든요.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서 만 29세 이하 포수 명단을 보면 김동헌이 형들을 다 제치고 WAR 전체 1위에 올라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나오는 이름은 김준태, 강현우, 김재성, 정보근, 조형우, 안중열, 문상인, 장승현, 서동욱, 허관회 같은 선수들입니다. 이 포수들이 김형준, 김동헌보다 기량 면에서 낫다고 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리그 만 29세 이하 포수 WAR 랭킹. 6월10일 기준, 출처는 스탯티즈.

김형준 선수는 프로 데뷔 초반 1군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했고, 상무에서도 2년간 주전으로 활약해서 나이에 비해 경험도 풍부합니다. 조계현 위원장도 “25세 이하 포수 중에는 경험 많은 선수가 거의 없다. 그러나 김형준은 경험도 꽤 있고, 실력이 검증된 포수”라면서 “김형준이 주요 경기에 출전하고,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을 상대로는 신인 포수 김동헌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키움 경기를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김동헌 선수는 베테랑 이지영과 함께 키움의 주전 포수로 활약 중입니다. 포수 수비면에선 과연 신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입니다. 타격도 상당히 좋습니다. 그 나이치고 잘 치는 편이 아니라, 리그 전체 포수들과 견줘도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두 선수가 있는 만큼, 이번 아시안게임이 차세대 국대 안방마님을 발굴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기대할 만합니다.

외야수도 없고, 우타자도 없고?

다음으로는 포지션 플레이어 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대표팀 야수진에서 내야수는 총 7명, 외야수는 3명이 뽑혔습니다. 이 때문에 외야수가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류중일 감독은 “내야수 중에 외야수도 겸업할 수 있는 선수 3명이 있다”며 김혜성, 강백호, 김지찬을 언급했습니다. 류 감독이 말한 3명 중에 강백호 선수는 올해 거의 우익수로만 나왔는데요, 최원준 선수와 우익수 자리를 나눠 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김혜성 선수는 2020년에 외야수로 45경기에 출전해 292.2이닝을 소화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타구판단, 첫발 스타트 같은 외야수로서 능력이 뛰어나다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또 김지찬 선수도 2020년 5경기 31이닝 동안 외야수로 출전한 기록이 있습니다. 대표팀은 이 세 선수를 경기 후반 적절히 활용해 외야를 꾸려갈 예정입니다.

우타자가 너무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스위치히터 김주원과 포수 2명, 노시환까지 우타자는 총 4명뿐인데요. 다만 류중일 감독은 “현재 KBO리그에 우투좌타가 매우 많다”며 우타자를 뽑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했고요. “그래도 이번 대표팀에는 왼손 투수를 잘 공략하는 좌타자들이 많아서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습니다.

실제 이번 대표팀 좌타자들의 좌완 상대 타율을 보면 문보경(0.394), 김주원(0.380), 최지훈(0.288), 강백호(0.280) 등이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다만 박성한(0.258), 이정후(0.256), 김혜성(0.247), 김지찬(0.214)은 좌투 상대 기록이 그리 좋지 못한데요. 사실 이정후와 김혜성은 원래는 좌완 상대로도 높은 타율을 올렸던 선수들입니다.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합니다.

리그 만 29세 이하 야수 WAR 랭킹. 10위권 선수 대부분이 이번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이다. 기준은 6월 10일(출처=스탯티즈)

류중일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이번 아시안게임이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또 류 감독은 “어린 선수들로 구성했지만, 꼭 금메달을 따겠다”며 성적과 세대교체를 모두 잡겠다는 각오도 밝혔습니다.

류 감독의 목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해 보입니다. 이번 대표팀에 뽑힌 노시환, 김혜성, 이정후, 문보경, 김주원, 김지찬, 박성한은 현재 리그 만 29세 이하 타자 WAR 랭킹 10위권에 오른 선수들입니다. 굳이 만 25세 이하가 아니라 와일드카드 대상까지 다 포함해도 최고의 선수들이 대표팀에 뽑혔다는 겁니다.

또 24명의 선수 중에 19명이 아직 병역 미필이란 점도 강한 동기 부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는 여러 논란도 빚었고 수모도 겪었습니다. 이번 대회 젊은 선수들이 활발하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경험을 쌓아서, 앞으로 열리는 국제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어 가는 세대교체 주역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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