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지명 후보들의 비밀스런 이야기 [BK 특집]

1차 지명 후보들의 비밀스런 이야기 [BK 특집]

전수은
전수은
-임박한 KBO 신인 1차 드래프트, 그 후보들을 만나는 특별한 시간
-고교 특급 유망주 5인이 말하는 '1차 드래프트'
-다섯 청춘이 꿈꾸는 현재와 미래
-비시즌 숨겨왔던 비장의 무기는?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스튜디오 고고타운에 모인 고교 유망주 5인. 좌로부터 제물포고 김건우, 충암고 강효종, 덕수고 장재영, 선린인터넷고 김동주, 덕수고 나승엽(사진=베이스볼코리아)

1차 지명 후보들의 비밀스런 이야기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 ‘KBO리그’. 그 첫 번째 관문인 ‘1차 신인 드래프트’가 돌아왔다. 10개 구단은 해당 연고 지역 선수 한 명씩을 선발한다. 올핸 조금 다른 방식이다. 바뀐 규정으로 지난해 10, 9, 8위 팀은 전국 권역으로 선수 선발 범위가 확대된다.

학생선수들에게 1차 지명은 오랜 꿈이자 다가올 미래다. 프로란 목표 하나로 길게는 10년 이상을 달려온 선수들. 고사리손으로 처음 집어 든 야구공은 삶이자 인생이다. 그리고 첫 번째 열매가 수확을 기다린다.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 인생의 첫 관문 앞에선 다섯 청춘을 베이스볼코리아가 만났다. 메이저리그(MLB)가 주목하는 투수 유망주 장재영(덕수고)과 덕수고 4번 타자 나승엽. 충암고 에이스 강효종을 비롯해 ‘재간둥이’ 제물포고 투수 김건우와 선린인터넷고 다크호스로 떠오른 투수 김동주까지.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고고타운 스튜디오. 젊은 청춘 5명이 모이니 30평 남짓한 공간이 떠들썩하다. 오랜만에 조우한 친구가 있는가 하면 초면인 학생선수도 있다. 하지만, 야구란 주제로 이내 친구가 된다. 그들에게 야구란 만국 공통어다. 1차 지명을 앞둔 그들에게 설레는 속마음을 물었다.

덕수고 투수 장재영(사진=베이스볼코리아)

가슴 설레는 그 말, ‘1차 지명’

1차 지명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차 지명을 앞둔 소감이 궁금합니다.

나승엽(이하 승엽) (쑥스럽게 웃으며) 기분 좋죠. 제 이름이 거론되는 것도 신기하고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을 정도예요. ‘야구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요. 좋은 평가는 감사한데 당분간은 의식하지 않으려고요. 또 아직 후보일 뿐이고요(웃음). 앞으로 더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동주 선수는 쟁쟁한 선수들이 버티는 서울 팜에 혜성처럼 등장했어요. 많은 야구인이 유력한 1차 지명 후보로 평가합니다.

김동주(이하 동주) 사실 생각도 못했어요. 제가 1차 지명 후보에 거론되다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이렇게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제겐 소중한 추억이에요.

두산 베어스 투수 이영하 선수가 선린인터넷고 선배잖아요. 선린은 2016년 이영하(두산베어스), 김영준(LG트윈스) 이후 1차 지명자를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부담감도 있을 듯해요.

동주 이영하 선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예요. 저와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웃음). 제가 감히 거기에 비견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걱정이 많아요. 실력은 한참 부족하지만, 적어도 이영하 선배보다 더 열심히 했단 소린 듣고 싶어요. 그게 제 목표입니다.

(#친구들과 장난에 한창이던 강효종은 1차 지명이란 말에 두 눈이 번쩍였다.)

강효종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실력과 야구인 2세로 주목받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1차 지명이란 단어가 익숙해질 법도 해요.

강효종(이하 효종) (단호하게) 아닙니다. 저도 기사에 이름이 언급되는 것만으로 기분 좋고, 뿌듯하고 그랬죠. 아직 지명 전이라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잖아요. 신경 쓰이는 점도 많고...

신경 쓰이는 점이요?

효종 2학년 때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개인적으로 아쉬워요. 2학년 올라갈 때 아파서 동계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 했거든요. 그 여파가 지난 시즌 성적으로 증명된 것 같아 불안했습니다. 이젠 고민은 잠시 내려놓고 제 야구에 집중하려고요. 그게 가장 강효종다운 야구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 아닐까요.

김건우 선수는 SK 와이번스 1차 지명 후보로 평가받습니다. 다른 후보들보다 한걸음 앞서있는 상황이에요.

김건우(이하 건우)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해요. SK는 좋은 신인들이 정말 많잖아요. 1차 지명을 떠나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단 생각에 벌써 흥분됩니다.

올 초만 해도 페이스가 정말 좋았습니다. 시즌이 연기돼 개인적으론 아쉬울 듯해요.

건우 맞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시즌이 밀려 너무 아쉬워요. 동계 때 준비를 정말 많이 했거든요. 시즌이 연기되면서 몸만들기를 다시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도 끌어올려야 되고요. 밸런스가 참 좋았는데... 결과가 어찌 됐든 제일 중요한 건 마운드에 서는 일이니까 다치지 않고 올 시즌을 멋지게 끝내고 싶습니다.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슈퍼 루키 장재영이다. 이미 전 세계가 그를 주목한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꽁꽁 얼어붙었지만, 장재영의 열정만큼은 뜨거운 용광로를 방불케 한다.)

요즘 프로야구 소식보다 장재영 기사가 더 핫(Hot)합니다. 이 정도면 슈퍼스타 못지않은 인기예요. 부담감도 크겠죠?

장재영(이하 재영)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1학년 땐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부담감이 느껴졌어요. 참 신기한 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되더라고요. 요즘엔 부담감보단 진짜 실력으로 보여줘야겠단 생각이 더 강해요. 또 절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겠단 생각도 들고요. 결국 제가 잘해야 합니다.

선린인터넷고 투수 김동주(사진=베이스볼코리아)

아쉬움 그리고 새로운 도전

올 시즌 더욱더 단단해지기 위해선 아픔과 시련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시즌, 가장 아쉬웠던 점을 꼽는다면요.

승엽 솔직히 지난 시즌은 정말 최악이었어요. 후반기는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예요.

최악이요?

승엽 전반기 때 타격감이 정말 좋았습니다. 쭉 좋은 감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리더라고요. 청룡기 인천고전 직후였습니다. 이후로 계속 부진했어요. 17타수 빵안타였나(고개를 가로 저으며). 당시엔 자신감의 자자도 없었죠. 타석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원래 타순에 대한 생각은 많지 않은 편인데 스트레스가 심해지니 타순에 대한 부담감마저 생기더라고요.

선배들의 따가운 눈총은 느껴지지 않았나요(웃음)?

승엽 에이(웃음). 전혀 그런 건 없었어요. 대신 제가 팀이나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올해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김동주는 지난해 성공과 시련을 동시에 경험했다. 190cm의 큰 키에서 떨어지는 140km/h 중반대의 패스트볼은 야구계의 시선을 빼앗았다. 빠른 구속만큼이나 시련도 빨리 찾아왔다. MCL(내측측부인대) 수술이었다. 지금은 완벽히 회복해 정상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한 스카우트는 “지난해 아프지 않았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만큼 좋은 공을 가졌단 뜻이에요.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울 듯합니다.

동주 초반 감이 정말 좋았어요. 구속도 생각보다 훨씬 잘 나왔고. 올 시즌엔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겠다 싶었는데... (고개를 푹 숙이며) 팔꿈치가 말썽이었죠. 더 잘하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아쉽습니다.

강효종 선수는 가진 재능을 보여주지 못했단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효종 정확하게 보신 것 같아요. 결국, 운동량 부족이었습니다. 계속 몸 상태가 좋지 못했어요. 시즌 중반쯤 온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개인 성적도 덩달아 떨어졌고. 전반기 주말리그를 우승하면서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았거든요. 좋은 선배들이 많아 함께 우승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말이죠. 그 시즌을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도 아쉬워요.

장재영 선수는 소소한 부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타자로 출전해 당한 부상이라 더욱 아쉬웠어요. 장재영 선수의 투구를 보고 싶은 팬들의 궁금증도 폭발했고요.

재영 시즌 시작 전, 연습경기 때 페이스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한데 주말리그 때 타자로 출전했다가 허벅지와 내복사근 쪽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어요. 한동안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지 못했습니다. 공도 못 만지고 푹 쉬었더니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어요. 그런 상태로 마운드 오르니 생각했던 만큼 컨트롤이 되지 않고, 결과도 좋지 않았습니다. 더 조심했어야 하는데 야수로 두 번이나 다쳐 더 아쉬워요. 몸 관리에 신경 쓰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김건우 선수도 아쉬움이 클 듯해요. 특히 큰 경기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장점인 안정성에서도 불안감을 노출했고요.

건우 마음만 급했던 것 같아요. 2학년으로 올라가는 기간에 밸런스를 제대로 잡지 못한 것도 아쉬움이고요. 조바심 때문에 기복이 심했습니다. 큰 경기에서 자주 무너진 이유도 멘탈적인 부분이라고 봐요. 제 장점인 제구력도 흔들렸습니다. 심리적인 부분을 다잡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워요.

제물포고 투수 김건우(사진=베이스볼코리아)

뜨겁게 타오를 2020시즌. 비장의 무기는?

(#김건우는 마운드 위의 능구렁이로 통한다. 흐름을 읽고, 타자와의 승부에 강하다. SK 와이번스 현철민 스카우트는 “상대 타자와의 수 싸움에 강점을 보이고 안정된 제구와 정교한 변화구가 빛나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투수 경력 3년 차. 김건우에게 일취월장(日就月將)이란 성어가 아깝지 않은 이유다.)

SK 팬들의 기대가 큽니다. 김건우 선수를 벌써 ‘내 자식’이라고 표현해요. 그만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단 이야기겠죠?

건우 1차 지명을 받으려면 그만한 실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주변 분들이 말씀하시는 기복 문제도 당연히 해결해야 할 과제고요. 투수로서 누군가에게 불안감을 줘선 안 되잖아요. 올 시즌엔 제게 붙은 우려들을 다 씻어내고 싶어요.

동계 기간,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건우 그건 확실히 자부할 수 있습니다. 올 시즌엔 스피드보단 제구에 중점을 뒀어요. 특히 제구력 향상을 위해 매일 밤 섀도 피칭을 많이 했습니다. 마음가짐도 그 어느 때보다 단디(단단히의 방언) 잡고 있어요.

장재영 선수는 미국 동계훈련 때 최고 구속 155km/h를 기록했다고 들었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해요(웃음).

재영 지난해 서울시장기 때 155km/h를 기록한 적이 있어요. 빠른 공은 제가 가진 최고의 무기잖아요. 더 다듬을 생각입니다. 물론 컨트롤 문제를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는데 그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을까요. 컨트롤 때문에 스피드를 줄일 생각은 전혀 없어요. 더 강하고 자신 있게 던지는 건 제 장점이니까요. 대신 올 시즌엔 슬라이더, 커브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속구뿐만 아니라 변화구로 승부하는 모습도 보여드릴 거예요.

강효종 선수는 지난 시즌에 비해 신체적으로 한 단계 성장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준비를 많이 한 듯해요.

효종 체력 강화를 위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죽도록 했어요(웃음). 적어도 올 시즌 만큼은 체력 때문에 흔들릴 일은 없을 겁니다. 자부할 수 있어요. 체중도 늘었고요.

올 시즌 마운드 위에서 보여줄 게 많습니다. 투수 김동주를 증명해야 해요. 숨겨둔 무기가 있습니까.

동주 투구 폼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폼 자체에 부상 위험도가 높아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간 상체 위주로 힘을 썼다면 최근엔 하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서서 던지는 듯한 자세에서 무게 중심을 하체 쪽으로 많이 낮춰 던지고 있어요. 전체적인 완성도에 포커스를 두고 훈련 중입니다.

나승엽 선수는 여기 모인 선수들 가운데 유일한 야수예요. 조금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해 보입니다.

승엽 기술적인 부분보단 기초 체력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비중을 뒀습니다. 지난해 후반기 부진도 체력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올 시즌엔 기복없이 꾸준한 타자가 되고 싶어요. 멘탈적인 부분도 보완해야 할 점입니다.

덕수고 내야수 나승엽(사진=베이스볼코리아)

달라진 1차 지명과 ‘친구’ 장재영-나승엽

(#나승엽과 장재영은 덕수고 단짝이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항상 함께 훈련하고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올핸 1차 지명 방식이 달라진다. 같은 학교에서 두 명의 1차 지명자가 나올 수 없단 규정은 그대로다. 다만, 바뀐 규정에 따라 지난해 하위 세 팀은 해당 연고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구로 지명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물론 기존 서울권 세 구단이 지명은 마친 뒤의 이야기다. 위 두 선수 가운데 한 명이 서울권 구단의 지명을 받는다면 나머지 한 선수는 특별 지명으로 풀리게 된다. 경우의 수가 많다.)

두 선수의 운명이 재미있습니다. 바뀐 규정의 첫 번째 케이스가 될 수도 있어요. 둘 다 1차 지명을 받게 된다면 한 선수는 롯데 혹은 한화, 삼성의 부름을 받게 됩니다.

승엽 전 개인적으로 부산을 좋아해요. 부산의 문화도 그렇고 부산 사나이들의 터프함이 멋있더라고요. 회도 좋아하고 사투리가 너무 멋있습니다. 서울 구단에 못 가서 아쉬울 건 전혀 없어요. 어디서든 열심히 하면 되죠. 제 목표는 좋은 야구 선수가 되는겁니다. 우선 1차 지명자가 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입니다.

부산 팬들에겐 기분 좋은 이야기군요.

승엽 원래는 생각도 못 했던 일이거든요. 재영이가 워낙 좋은 투수니까. 당연히 1차 지명받을 거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규정이 바뀌면서 저도 솔직히 기대감이 생기더라고요. 요즘엔 사실 티 안 내려고 노력 중이에요(웃음). 올 시즌 열심히 해서 재영이보다 먼저 뽑히려고요. (크게 웃으며) 그런 다음 좀 놀려주고 싶습니다.

(두 선수는 서로 한참을 웃었다.)

(장재영에게) 동의하시나요?(웃음).

재영 승부의 세계잖아요. 선의의 경쟁은 필요합니다. 올 시즌 둘 다 열심히 하면 그만큼 평가받지 않을까요? 미안한 마음이 있긴 하지만, 올해 규정이 바뀐 거니까 어쩔 수 없어요(웃음).

충암고 투수 강효종(사진=베이스볼코리아)

새로운 시작.

인터뷰 끝자락이었다. 말문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한 학생선수들. 어렵고 딱딱했던 인터뷰는 이내 즐겁고 유쾌한 대화로 번졌다. 이제 고교 시절의 마지막을 장식할 시간. 젊은 청춘들은 어떤 마무리를 꿈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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